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revisited

애니메이션도 다 봤다. 7권이 근자에 발매됐기에 마저 샀다.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극상. 애들이 열광할만 하다.

모처에서 '스즈미야 하루히는 1권에서 이미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모두 소진했다'는 요지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공감할 수는 없다.

이유인 즉슨, 스즈미야 하루히의 XX 시리즈 내에서 하루히는 '본질적으로' 이야기의 진상을 관측할 수 없는, 해서는 안되는 존재이니까.
모든 행동이 스토리의 핵심에 벗어나 있을 수 밖에 없는 하루히가 어찌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발휘할 수 있으랴.
설령 하루히가 이야기의 주동자가 된다고 해도 그 이야기는 시시하거나(2권처럼) 아니면 다른 일당들도 각자의 속성을 발휘하지 못해 다른 소설들처럼 뻔해지는(추리편 2개)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가 (시리즈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발휘하면서도) 재미있어지는 건, 나가토 유키가 각종 초상능력을 발휘하거나, 아사히나 미쿠루가 때로는 일당과 함께 시간을 점프하거나, 코이즈미 이츠키가 기관 요원으로써 때론 여드름-_-을 퇴치하는 등의 활약을 할 때인데 정작 주인공이라는 하루히는 이것들을 전혀 관측할 수도, 이것들에 개입할 수도 없으니 당연스레 존재감이 처질 수 밖에.

물론 이야기에 개입시키는 방법이 몇 개 있다. 첫째는 겪었던 이야기를 꿈으로 치부하는 방법, 둘째는 환각으로 치부하는 방법, 셋째는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야기에 개입시켜 놓고 나서 기억을 지우는 방법(타니가와 나가루가 이런 방법이 있었다는 걸 7권에서야 깨달은듯 하다).

또 있을까나? 여하튼 이것들은 여러 번 써먹으면 식상하니 하나같이 1회용일 수 밖에 없는데, 첫째는 1권에서 써먹었고, 둘째는 5권의 설산편에서 써먹었고, 셋째 방법만 남아있다.


어쨌거나, 보통 하렘 학원물과 좀 다르게 등장하는 세 아가씨가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정말로 오랜만이고(기억엔 아마 없었던 것 같지만) 이건 소설판의 큰 장점인데, 그걸 애니메이션판에서는 잘 파워업해 주었다(9, 10편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할 밖에 없으며, 12편의 노가다는 경악할만 하다).


PS. 엔딩곡의 소위 '풀 버전'이 근자에 돌고 있던데, 아무리 봐도 풀 버전이 아니네. 더 긴 버전이 있을 것이다. 한번 더 놀래켜줄 생각이겠지.

by Denim | 2007/01/05 11:43 | 만화/애니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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